술을 마신 뒤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이라고 해서 만성콩팥병이 더 잘 생긴다고 단정할 근거는 이번 한국인 코호트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을 낮추는 ALDH2 rs671 변이와 음주량 모두 새 만성콩팥병 발생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술이 콩팥에 안전하거나 많이 마셔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을 얼마나 추적했나요
연구진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의 안산·안성 지역 자료를 이용했습니다. 시작할 때 만성콩팥병이 없었던 40~69세 성인 5,369명을 2년 간격으로 최대 18년 추적했고, 평균 추적기간은 11.7년이었습니다.
참가자는 ALDH2 유전자형에 따라 정상 효소 활성을 가진 GG군과 활성이 낮은 GA·AA군으로 나뉘었습니다. 음주량은 비음주, 하루 5g 미만, 5~30g, 30g 이상 네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새 만성콩팥병은 추정 사구체여과율이 60mL/min/1.73㎡ 미만이 되거나 소변시험지에서 새 단백뇨가 확인된 경우로 정의했습니다. 추적 중 1,396명, 전체의 26.0%에서 이 복합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유전자형에 따른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 당뇨병, 고혈압, 흡연, 운동, 교육 수준과 시작 시점의 콩팥 기능 등을 보정한 분석에서 ALDH2 유전자형에 따른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음주량도 새 만성콩팥병 발생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고, 유전자형이나 성별로 나눈 분석에서도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이번 결과는 ‘얼굴 홍조 체질이 콩팥병의 독립적인 시작 원인’이라는 가설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생긴 콩팥 손상이 얼마나 빨리 진행하는지, 폭음이나 매우 많은 누적 음주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이 분석이 직접 답하지 못합니다.
술이 안전하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음주량은 참가자의 자기보고를 바탕으로 계산됐기 때문에 실제보다 적게 보고되거나 시간이 지나며 바뀐 양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연구진도 대부분이 가벼운 음주 또는 보통 수준의 음주자여서,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에서 임상적으로 드러날 만큼의 노출이 부족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만성콩팥병 판정도 정량적 알부민뇨와 반복 확진이 아니라 추정 사구체여과율 또는 시험지 단백뇨를 사용했습니다. 일시적인 수치 변화가 포함될 수 있고, 대상이 한국 중년 성인이어서 다른 연령과 인구집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건강검진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얼굴이 빨개지는지 여부만으로 콩팥 상태를 판단하지 마세요. 검진 결과에서 혈청 크레아티닌과 추정 사구체여과율, 소변 단백 또는 알부민 수치를 함께 확인하고, 혈압과 혈당도 관리해야 합니다.
- 사구체여과율 저하나 단백뇨가 반복되는 경우
- 눈 주위나 다리가 붓고 소변량이 달라진 경우
- 고혈압·당뇨병이 있거나 콩팥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거나 음주량 조절이 어려운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얼굴 홍조 유무와 별개로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 음주량을 정하거나 콩팥병 위험이 없다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