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속도가 빠른 고령자에게 치매가 적게 발생했다는 연구가 있지만, ‘빨리 걸으면 치매 위험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보행속도는 뇌 건강뿐 아니라 근력, 심폐기능, 관절 통증과 여러 질환의 영향을 함께 받는 건강 신호입니다. 속도가 느려진 원인을 살피는 단서로 활용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어떤 사람을 얼마나 관찰했나요?
영국 노화 종단연구에 참여한 60세 이상 성인 3932명을 분석했습니다. 보행속도와 인지기능을 2002~2003년과 2004~2005년에 측정했고, 2006~2007년부터 2014~2015년까지 새로 발생한 치매를 확인했습니다.
여러 건강 요인을 통계적으로 조정한 관찰연구입니다. 연구자가 참가자의 걷기 속도를 무작위로 바꾼 임상시험이 아니므로, 빠른 걸음 자체가 치매를 예방했다고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위험이 얼마나 달랐나요?
연구 시작 때 보행속도가 빠른 사람은 느린 사람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낮았고, 보고된 위험비는 0.36이었습니다. 두 차례 측정 사이에 보행속도가 더 크게 감소한 사람은 이후 치매 위험이 더 높았으며 위험비는 1.23이었습니다.
위험비 0.36을 ‘누구나 빨리 걸으면 위험이 64% 줄어든다’고 바꾸어 말하면 안 됩니다. 두 집단에서 관찰된 상대적인 연관성이고, 실제 개인 위험은 나이와 기저질환, 인지기능 등에 따라 다릅니다. 연구진도 이 연관성을 만드는 기전을 이해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보행속도는 왜 뇌 건강 신호가 될까요?
걷기는 근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방향을 정하고 장애물을 피하며 균형을 유지하려면 주의력, 실행기능, 시각과 감각 정보가 함께 작동합니다. 그래서 인지기능 변화가 있을 때 걸음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행속도 저하가 모두 치매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 관절염, 근감소, 심장·폐 질환, 신경계 질환, 시력저하, 약물 부작용이나 우울 증상도 걸음을 늦출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걸음검사만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생활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까요?
무리하게 속도 경쟁을 하기보다 평소 걸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전한 범위에서 걷기 시간과 거리를 꾸준히 늘리고, 질환과 기능에 맞춰 강도를 조절합니다.
-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느려진 상태가 지속되는지 봅니다.
- 기억력, 길 찾기, 약 복용이나 금전관리 변화가 함께 있는지 확인합니다.
- 통증, 어지럼, 흉통이나 숨참이 있으면 무리해서 빠르게 걷지 않습니다.
- 낙상 위험이 있으면 신발, 조명, 실내 장애물과 보행보조기를 점검합니다.
걷기 변화와 인지기능 저하가 함께 나타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진료에서 알리세요. 걷기는 유용한 건강지표이지만 치매 예방을 보장하는 검사가 아니므로 혈압·혈당·청력과 신체활동 같은 다른 요인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Walking Speed, Cognitive Function, and Dementia Risk in the English Longitudinal Study of Ageing